말할 용기가 되어줄게, 그런데 나는 말할 수 있을까?
며칠 전 지하철에서 ‘말할 용기가 되어줄게’라는 현수막을 봤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부당한 일을 겪으면 전문가 상담과 권리 구제를 지원한다는 문구였다.
처음엔 ‘괜찮은 캠페인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아직도 내가 일하는 현장에 그런 부당한 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고치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는 현실이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였다.
나는 그동안 ‘복지 현장’이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권위적인 문화, 위계적인 구조, 말하지 못하는 고통들…
이 현수막은 그런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직도’ 내게 선명하게 알려줬다.
솔직히 말해,
나 역시 말할 수 있을까 두렵다.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을까 의심스럽고,
말하는 과정에서 받게 될 눈치와 부담도 생각하면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현수막이 말하듯,
‘말할 용기’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현장이 더 나아지려면 누군가가 용기를 내야 한다.
나도, 우리도 함께 용기를 내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현장이 변해야 한다.
용기를 낸 사람이 두려움 없이 보호받고,
말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말할 용기가 되어줄게’라는 문구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겠지만,
내게는 다시 한 번 현장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씁쓸한 현실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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